저에게 책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현실의 무게로부터 잠시 벗어나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작은 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가장 자연스럽고도 흡입력 있게 해주는 작가가 바로 기욤 뮈소입니다.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저는 마치 현실이 사라지고 상상력이 공간을 대신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안젤리크』는 그런 면에서 더욱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차분한 전개 속에서도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서스펜스를 조화롭게 풀어내는 능력은
역시 뮈소답다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1. 줄거리
이야기는 한 남자의 병상에서 시작됩니다.
마티아스 타유페르, 전직 경찰이자 한때 뛰어난 수사관이었던 그는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고 요양 중입니다.
그의 앞에 나타난 인물은 루이즈 콜랑주, 첼로를 연주하던 젊은 여대생이었습니다.
루이즈는 어머니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어머니, 스텔라 페트렌코는 한때 파리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던 발레리나였고,
지금은 이름 없는 여인으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죽음에는 무언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루이즈는 마티아스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좇는 여정으로 시작되며,
병원, 오페라, 과거의 기록들, 그리고 안젤리크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점차 미스터리의 퍼즐이 맞춰져 갑니다.
이 소설은 단지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를 넘어,
인물들 각자의 과거와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내면의 균열까지 조명합니다.
2. 문학적 감상
『안젤리크』를 읽으며 가장 먼저 다가온 감정은 고요한 슬픔이었습니다.
기욤 뮈소는 강렬한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사람 사이의 침묵, 말하지 못한 진심,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만들어낸 삶의 여백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특히, 첼로라는 악기가 상징하듯이 이 소설은 어느 순간 음악처럼 감정을 파고듭니다.
복잡한 음이 아닌, 간결하지만 오래 남는 여운 같은 문장들이 돋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티아스가 자신이 붙잡지 못했던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대목이었습니다.
진실을 좇으면서도, 결국 그 진실이 안겨줄 감정의 무게를 두려워하는 인물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분들
- 조용한 긴장감과 심리적 서스펜스를 좋아하시는 분
- 사랑과 상실, 기억과 용서를 주제로 한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분
- 빠른 전개보다 깊이 있는 인물 탐구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시는 분
- 기욤 뮈소 특유의 문체와 감정의 결을 좋아하셨던 분
4. 마무리하며
『안젤리크』는 격정적인 반전보다는, 감정을 따라가는 조용한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진실이란 때로 상처일 수 있지만,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용서하거나,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욤 뮈소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인간적인 깨달음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부드러운 물결 하나가 잔잔히 이는 듯한 여운이 남습니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날,
그리고 조용히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 날,
『안젤리크』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입니다.
“기욤 뮈소의 세계는 언제나 정답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해답을 찾게 된다.”
이번에도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국내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소설이다 – 기욤 뮈소 (12) | 2025.06.28 |
---|---|
노동의 종말 – 제러미 리프킨 (4) | 2025.06.27 |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 (14) | 2025.06.26 |
모순 - 저자 양귀자 장편소설 (7) | 2025.06.25 |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저자 하태완 (0) | 2025.06.25 |